오랜만에 선문답 책을 읽어 볼 요량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갑자기 맑은 바람이 불어 온다. 따듯한 날씨가 마음에 든다.
이향봉스님 멋진 분인듯 싶다.
오랜만에 좋은 스승을 만난 듯하다.
스님의 글들 중에서 발췌해 놓은 것을 옮겨 본다.
1.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가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요?"
"솥에서 끓고 있는 멸치에게 물어보게나."
2. 큰 스님들이 열반에 드신 후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떠 오르거나, 어두운 밤에 방광의 빛줄기가 하늘로 뻗친다는 말을 들었는데, 스님께서 훗날 열반에 드시면 어떤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까요?"
"내가 죽으면 태양이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질 것입니다."
3. 여자는 아름다움으로 살고 남자는 명예로 산다고 합니다. 그럼 수행자이신 스님은 무엇으로 살아갑니까?"
"나는 밥으로 살지"
4. "벽암록 7칙에 있는 공안입니다. 혜초라는 이름의 구도자가 법안선사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하고 물으니 답하기를, '그대가 혜초로구나.'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그대는 혜초가 아니로구나."
5. "수행하는 스님들은 새로운 서원을 세우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손가락을 태우는 등의, 속인으로서는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30여 년이 넘게 승려 생활을 해 오시면서 그런 특별한 일은 하지 않으셨는지요?"
나는 손가락 열개를 펴 보였다.
"나의 손가락 열 개는 이렇게 무사하다네."
"그럼 마음의 흔들림이나 작은 방황도 없으셨다는 말씀인가요?"
"흔들릴 때마다 손가락을 태웠으면 발가락 열개도 남아 있을 수 없겠지."
6. "있어도 있는 게 아니요, 없어도 없는 게 아니며, 나지도 죽지도 않아 더하고 덜함이 없습니다."
하여 내가 말하였다.
"나는 스님처럼 말하지 않겠네."
"그럼 스님은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며, 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며 덜 할 수도 더 할 수도 있는 것이지."
7. "스님을 가운데 두고 큰 동그라미를 그려 놓을 경우, 스님께서는 그 동그라미 선을 지우지도 넘어오지도 말고 밖으로 나올 수 있으십니까?"
하여 내 말하였다.
"스님께서 먼저 선을 넘지도 지우지도 않고 내 있는 곳으로 오시구려. 그럼 그때 내가 나가리다."
8. 기독교를 신앙한다는 교수에게 내가 물었다.
"교수님은 하나님을 마음 안에 모십니까, 마음 밖에 모십니까?"
"마음 안에 모시지요."
"그럼 마음은 몸 밖에 있습니까? 몸 안에 있습니까?"
"마음은 몸 안에 있지요."
"하나님께서는 몸 안에 갇혀 답답하시겠군요."
9. 한 스님이 찾아와 내게 말하였다.
"하나를 보여도 셋이요, 셋을 숨겨도 하나일 뿐입니다."
하여 내가 물었다.
"그럼 하나 이전은 무엇입니까?"
그 스님은 벌떡 자리에 눕는다.
"그럼 셋 이후는 무엇입니까?"
그 스님이 다시 뒤로 눕는다.
하여 내가 조용히 말하였다.
"선지식은 한 가지 법을 두 번 쓰지 않고, 검객은 한 곳을 두 번 내려치지 않는 법입니다."
그가 말이 없자 내가 말했다.
"비울수록 가득하고, 가득 채울수록 비어 있지."
10. 한 스님이 내게 말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달을 봐야 하는데, 우리 중생들은 왜 손가락만 보게 될까요?"
"달보다는 손가락이 가깝기 때문이지."
"달은 하나이나 천 개의 강에도 달 그림자를 남깁니다. 스님께서는 손가락도 달그림자도 아닌 진짜 달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은 어렵겠네.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서."
내 죽거던
-이향봉의 詩 -
내 죽거던
이웃들에게 친구들에게 알리지 말 길
관이니 상여니 만들지 말 길
그저 입은 옷 그대로 둘둘 말아서
타오르는 불더미 속에 던져 버릴 것
한 줌 재도 챙기지 말고 버려 버릴 것
내 죽거던
49재다 100일재다 제발 없기를
쓰잘데 없는 일로 힘겨워 말 길
제삿날이니 생일이니 잊어버릴 것
죽은자를 위한 그 무엇도 챙기지 말 것
죽은자의 사진 한 장도 걸어두지 말 것
내 죽어
따스한 봄바람으로 돌아오리니
피고지는 들꽃무리 속에 돌아오리니
아침에는 햇살처럼
저녁에는 달빛처럼
더러는 눈송이 되어, 더러는 빗방울 되어
- 익산 미륵산 사자암에 쓰여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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