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단독으로 올랐던 한라산이다. 7년 만에 눈 덮힌 한라산을 다시 올랐다. 3대를 덕을 쌓아야 본다는 백록담의 맑은 풍경을 기대하며 숙소를 나섰다. 전날 먹은 음식과 술 때문에 컨디션이 최악이다. ㅠㅠ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는데 반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뱃속은 전쟁터다. 이런 컨디션으로 산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성판악에 도착해서 짐을 챙기고 비상용으로 소주도 한병 물통에 담았다. 기온 저하로 저체온증이 생길 때 30분은 삶을 연장해 주는 것이 독주다. 석병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이후 겨울 산행을 할 때는 마시지 않더라도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 ^.^ 지난 7년전에 왔을 때는 2시간 만에 주파한 산이라 다소 만만하게 접근했는데 세월과 전날 폭식의 후유증으로 종일 고생했다.
출발할 무렵에는 해도 떠 있고 맑은 하늘이 멋진 산행을 예고하는 것 같다. 속밭대피소를 지날 무렵부터 눈발이 날리더니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하니 최악의 날씨다. 눈발에 앞도 잘 보이지 않고 바람도 심해져서 전망은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쪽 구석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출발했다.
7년전에 왔을 때는 두 계단씩 올랐던 길인데 오늘은 힘겹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준은 아니다. ^.^ 정상에 도착하니 눈바람속에 정상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우리는 멀찍이서 백록담이 보이는 상태로 대충 인증샷을 찍었다. 백록담은 짙은 구름속에 덮여 있고, 산 전체를 눈 구름이 휘감고 있다.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가져간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린다. 하늘이 도왔는지 강력한 바람이 불면서 순식간에 주변에 구름이 걷힌다. 다시 구름이 몰려올 것을 대비하여 일어나 백록담과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자연의 위대함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작은 라면을 두사람이 나누어 먹었다. 평소 먹지 않는 빵과 영양갱 등을 몇개 먹으니 배가 찬다.
차를 마시며 한참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발이 시려온다. 체온도 유지하고 자리도 비켜 줄 겸 짐을 챙겨 하산을 시작했다. 관음사 코스는 경사가 매우 급하다. 눈 속에 계단은 파 묻혀 형체가 없다. 아이젠을 한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하산을 할 수 있었다. 정상에 있을 때 잠시 걷혔던 구름이 다시 몰려와 정상 주변을 덮는다. 하늘이 도운게 맞는다. ^.^
관음사까지 한다름에 내려와 택시를 타고 성판악으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15000원이란다. 10월부터는 입산 허가제를 할 예정이란다. 아마도 입산료도 받을 듯 하다. 허가제가 시행되면 다음에는 관음사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해야 할 것 같다.
제주로 향하는 남녘의 하늘은 솜을 풀어 놓을 것처럼 흰 구름으로 덮였다.
서울 경기 지역이 황색 먼지로 덮여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주에 도착해서 후발대가 도착할 시간을 기다릴 겸 용두암을 잠시 둘러 보았다.
용두암에서 이번 여행의 첫번째 인증샷을 찍었다.
성판악에 있는 한라산국립공원 표지다.
옆에 고도 표시가 되어 있는데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지만 750미터다.
한라산 등반길에는 이처럼 친절한 안내판이 50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산행을 하면서 체력을 안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성판악에서 조금 오르면 등산로 양쪽으로 굴거리 나무가 이어진다.
눈이 덮힌 산중에 침엽수가 아닌 활엽수가 초록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나무 이름을 몰라 모야모 웹에 물어 알아냈다.
해발 1000미터에 도달했다.
한라산은 고도를 이처럼 100미터 마다 돌에 새겨 표시해 놓았다.
진달래 대피소를 12시 이전에 통과해야 정상을 오를 수 있단다.
우리는 시간당 4km 속도로 오르고 있으니 거의 신경 쓸 일이 없다.
7년전에는 정상까지 2시간 밖에 안 걸렸는데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ㅠㅠ
이번에는 쉬는 시간 포함 3시간
조금 올라서니 편백나무 숲이 이어진다.
키톤치드가 아니라도 괜히 기분이 상쾌해 진다.
전날 먹은 술과 음식으로 속이 불편한데 나무들을 만지며 지나다 보니 한결 편해진다.
첫 번째 휴식 장소인 속밭휴게소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 안에서 컵라면 등을 먹으며 쉬다 보니 들어 갈 틈이 없다.
밖에서 잠시 쉬다 출발했다.
한라산의 고민 조릿대가 지천인 지역을 지나간다.
조릿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을 한라산 중턱에 풀어 놓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기도 했다.
임의로 자연의 생태계를 좌우해서는 안되겠지만 과도한 특정 생물의 번성은 생물 다양성에 위배되므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속밭 휴게소에서 조금 지나면 사라오름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한라산 정상이 부담인 분들은 사라오름까지만 산행을 하는 것도 좋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진달래 대피소다.
예전엔 매점이 있어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가 양산되던 곳이다.
요즘은 매점이 폐쇄되어 가저온 음식만 먹고 가다보니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우리도 준비해 간 빵과 초콜릿바 정도만 먹고 출발했다.
진달래 대피소의 화장실 외부 풍경이다.
화장실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아 이정표를 따라가 보다보니 이 건물이 앞에 있어 사진부터 찍었다. ^.^
천연석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멋지다.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다보니 눈발은 심해지고 나무들은 눈 옷을 잎고 있다.
잠시 둘러보며 한컷 남기고 발길을 재촉한다.
정상에 가까웠는데 눈구름 때문에 시야가 답답하다.
오늘은 전망을 감상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비우고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많은 분들이 이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우리는 멀리서 표지석을 찍고, 각자 먼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눈바람에 시달려 엉망인 상황인지라 인증샷은 건질 것이 없었다.ㅠㅠ
따라서 올릴 사진이 없다.
백록담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넘치다 보니 산악인들을 위해 추가로 정상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놓얐다.
그중 하나가 이 표지목이다.
눈바람에 시달려 거지꼴이 된 상태로 인증샷을 찍었다.ㅠㅠ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세찬 눈보라가 불어 온다.
잠시 바람이 걷힌다고 해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백록담은 보이지 한고....
한라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운해의 모습이 장관이다.
보통 이 구름도 1800미터 이상을 덮을 수 없는데 오늘은 좀 심했다고 생각했다.
파도가 치는 듯이 밀려오는 구름이 멋지다.
솜을 풀어 놓은 것 같은 운해의 바다가 한라산 정상 한참 아래에 펼쳐지고 있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정상에는 수많은 인파들로 붐빈다.
3살 미만의 어린아이에서 80세를 넘는 어르신까지 민족의 영산을 오르기 위한 열정은 계속된다.
컵라면을 데우는 중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 정상 부근의 눈구름을 데려갔다.
잠시 정상으로 다시 올라 주변 풍광을 찍고 백록담도 몇 컷 찍어 두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호사가 아니지 않는가?
하산길에 관음사 코스에서 본 운해의 모습이다.
관음사로 하산하는 길에 철쭉으로 보이는 나무에 온통 상고대가 끼었다.
기념하여 한 컷 남기고 하산했다.
관음사 하산길 중 일부 완만한 지역도 있다.
이곳엔 인명 구조용 헬기장이 있다.
뒤돌아본 관음사 하산코스,
내려오며 느낀 급경사 이미지는 사진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구름이 순식간에 걷히고 나니 북벽의 위용이 잠시 보일 듯하다.
성판악 코스와 달리 관음사 코스는 계곡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니 초반에 급경사 이후 계곡을 건너야 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따라서 다리도 건너고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곳도 몇 군데 있다.
관음사 코스를 즐겨 들머리로 삼지 않는 이유다.
용진각현수교 계곡 건너편에 강렬한 산 정상 사진이 보인다.
용진각 현수교에서 조금 올라서면 한라산 북벽이 멋지게 시야에 들어 온다.
구름이 휘감고 가는 모습이 더 환상적이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올려다 본 삼각봉의 모습이다.
구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관음사 탐방로 코스에도 이처럼 알기 쉬운 표지판이 500미터 마다 설치되어 있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곡을 건너서 다시 오르막을 만난다.
계단에 색칠한 모습이 눈과 어울려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전에 얼음 보관 창고로 사용했다는 구린굴이라는 동굴이다.
하산하는 길에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우리가 늘 보던 방향 보다 다른 방향에는 더 멋진 세상이 펼쳐진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앞만 보고 달리기 보다는 옆, 뒤, 그리고 위도 올려다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관음사 주차장에 설치해 놓은 한라산 안내판의 모습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한라산의 진가를 인정해 주고 있다.
기회되면 꼭 다시 오고 싶은 산이다.
산행을 마치고, 고등어회와 대방어회로 피로를 달랬다.
전에 먹은 고등어 회는 식감이 좋지 않았는데 이 날은 매우 맛이 좋았다.
역시 회는 신선도가 중요한 것 같다.
저녁을 먹은 모슬포 미영이네 식당 벽면이다.
숙소 뒷편 녹차밭의 녹차 모습.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녹차 밭 전경을 찍어 보았다.
같이 간 일행이 찍은 녹차밭 파노라마 사진
제주 공항을 출발하기 전에 많은 비행기들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찍어 보았다.
일분에 한대씩 뜨고 내리는데도 승객을 다 실어 나르기 힘들다고 한다.
제주도에게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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