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집을 하시는 장모님께서 얼마 전 무리를 하셔서 허리가 불편하셨답니다. 다행히 많이 좋아졌는데 몸이 허하신 것 같아서 보약을 드시고 싶다고 연락이 왔네요. 양의학 보다는 한의학을 더 신뢰하시는 장모님이십니다. 그러나 몇 차례 한의원 치료 후 만족을 못하신 탓에 한약은 거의 드시지 않습니다. 음식이 보약이라고 늘 강조한 제 영향도 있고요.
사위 부담될까 싶어 부탁을 거의 하지 않으시는데 연락을 하신 것을 보면 힘드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젊어서 4남매를 홀로 키우시고 아직도 일을 놓지 않으시며 혼자 생활하시니 더 마음이 짠합니다.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롭게 사시니 행복하다고 하시지만 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시는 지역 특성상 태극기 부대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도 정의와 원칙을 강조하시는 신세대 어른이십니다.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양명한 성격이시고요. 몸도 마른 양명체질이시고 치아는 틀니를 쓰시지만,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드십니다. 예전엔 변비도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네요. 갈 때마다 맥을 본 적이 있어 나름 속 체질(?)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 십전대보탕의 가감방으로 한약처방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깊은 지식이 부족하므로 진침향님에게 감수(?)를 부탁해서 확정했네요. 한약과 양약 모두에 깊은 경험과 지혜가 가득하신 진침향님에게 조언을 받으니 안심이 됩니다. ^.^ 경동시장에 가서 한약재를 구입하여 귀가했는데 종류도 많고 수치를 해야 하는 것도 많아 일이 많네요.
종류별로 무게를 달고, 수치한 것은 따로 분류하고, 인삼 노두 잘라내고, 대추 씨 빼고 하다보니 몇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아들과 저녁을 배불리 먹고 돌아와서 볶고, 말리고 하다 보니 밤이 늦었네요. 그럼에도 생강은 빼 먹어서 아침에 시장에 가서 구입해 진침향님 가게에서 급하게 까서 추가했습니다.
한약을 이렇게 원칙대로 수치를 한다면 그 인건비만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김홍경선생님께서 약재실에 근무하는 분들에게 매우 엄격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수치를 대충하는 제자들에게는 매우 엄하게 꾸짖었다고 강의 중에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체질에 맞게 처방하고, 좋은 한약재를 구해 원칙대로 수치를 해서 한약을 제조한다면 효과가 없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만들어 보니 이렇게 원칙대로 만든다면 한재에 몇 십만원 하는 것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닙니다. 예전과 달리 원재료비가 많이 올라서 한의원도 운영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침향님의 50년 넘은 노하우와 저의 정성으로 만든 한약이 장모님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처방한 약재 목록입니다. 십전대보탕을 기본으로 장모님 체질에 맞게 가감해서 만들었습니다.
진침향님의 조언이 담겨 있으니 효과는 걱정 안해 도 될 것 같습니다. ^.^
처방한 약재를 썰고 무게를 달아서 분류해 담습니다.
수치가 필요 없는 약재는 큰 봉지에 담았습니다.
처방이 문제가 아니고 약재 분류하고 장만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머리가 나빠서 잊어버릴까 싶어 약재명을 적어 표시해 둡니다.
거의 난장판 수준인데 다행히 유리공주는 동창 모임에 놀려가서 이 꼴(?)을 안 봐서 다행입니다. ^.^
처방한 약재 중 수치가 필요한 약들은 나누어 담아서 정리해 놓았습니다.
어떤 것은 뜨거운물, 쌀 뜨물, 소금물, 꿀물에 담아 두었습니다.
처방한 약재 중 일부는 볶고, 굽고, 말리는 중입니다.
이것도 일이 많네요. ^.^
예쁘게 완성된 밀구황기입니다.
황기 품질도 최상급이고 국산 꿀에 직접 만들어 놓으니 빛깔이 환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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