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관련

원자력 에너지는 원자폭탄이 아니다

별꽃바람 2005. 7. 15. 12:21
“원자력 에너지는 원자폭탄이 아니다”
“에너지가 장미의 꽃이라면 폭탄은 가시”
입력 :2005-07-09 15:22   특별취재반 
순서

1. 에너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2. 인류의 생존과 원자력
① 한국원자력에너지 개발의 어제와 오늘
② 해외 원자력에너지의 현재
③ 원자력의 빛과 그림자
④ 원자력에너지는 원자폭탄이 아니다
⑤ 화석에너지의 전망과 원자력의 미래

3.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폭탄처럼 폭발하지 않는가?”

흔히 원자력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이러한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자력발전소와 원자폭탄을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핵폭탄과 동일시하는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원자력 공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선입견은 일종의 기본적 물리학 법칙을 이해하지 못한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원자력은 장미와 같다

▲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 폭탄은 에너지의 발생 원리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  
세계 유수의 원자력 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 있다. 원자력에너지는 장미와 같다는 것이다.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은 장미의 꽃에 해당되고, 전쟁에 쓰이는 핵무기는 가시와 같다는 말이다.

원자력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드러난 것은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떨어진 원자폭탄에서부터다.

즉 원자력 초기 개념은 에너지가 아닌 무기로 인식된 것이다. 이것은 에너지원, 혹은 복지 증진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원자력의 긍정적 측면마저 막아 버릴만한 인류의 대재앙이었고, 이로 인해 장미의 아름다운 꽃송이보다는 가시가 사람들 뇌리에 못 박히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과학계는 이용가치가 변한 원자에너지를 이야기한다. 원폭 투하로 일본을 항복시킨 원자이론은 현재 전기로 집안을 밝히고 공장을 돌리며 수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에너지로 변환되어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원자력에너지는 우리 생활 곁에 와 있고 그 혜택을 누리는 문명을 구가하고 있음이 또 다른 현실이기도 하다.

원자력 에너지의 발생 원리

원자력에너지는 핵융합반응과 핵분열반응에 의해 얻을 수 있다.

핵융합반응을 이용하는 대표적 장치는 수소폭탄과 핵융합발전소이며, 핵분열반응의 경우는 원자폭탄과 원자력발전소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핵분열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에너지가 원자력에너지라고 알려져 있으므로 여기에서도 원자력에너지는 핵분열에너지로 국한하기로 한다.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은 우라늄, 플루토늄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소에선 연료로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

천연상태에 존재하는 우라늄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 235가 0.7%, 핵분열을 하지 않는 우라늄 238이 99.3%로 이루어져 있다.

▲ 원자폭탄의 폭발실험 장면 
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은 모두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원리는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은 핵분열에너지의 발생방법과 사용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원자폭탄은 농축도가 100%에 가까운 우라늄 235(또는 플루토늄 239)가 일정 질량 이상이 되면 자동적으로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는 특성을 이용하여 아주 짧은 시간(약 10만분의 1초)내에 엄청난 핵분열 에너지를 방출하도록 구성하여 사람이나 생물의 살상용으로 사용한다.

반면 원자력발전소는 장시간에 걸쳐 핵분열에너지를 일정하게 발생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비싼 비용을 들여서 우라늄 235를 100% 가까이 농축할 필요가 없으며 사용되는 연료는 천연우라늄이나 우라늄 235가 2~5% 정도밖에 포함되지 않는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폭탄처럼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없다.

알콜의 폭발성은 맥주에선 예외다

이는 마치 같은 알코올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폭발성이 있는 공업용 알코올과 맥주와의 차이로 비유될 수 있으며, 공업용 알코올에는 불이 붙을 수 있지만 맥주의 양이 아무리 많더라도 맥주에 불을 붙일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맥주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맥주에 들어있는 알코올을 추출하여야 하며, 이는 바로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핵연료를 농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저농축 우라늄은 특정한 조건(감속재 사용)을 갖춘 원자로 내에서만 핵분열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원자로에서는 제어봉을 사용하여 핵분열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 또는 중지시킬 수 있다.

더구나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 연료는 어떠한 원인으로 핵분열 반응이 증가하여 원자로내의 온도가 급상승하면 핵분열반응이 자연적으로 억제되어 온도가 내려가는 고유의 안전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폭발의 가능성은 없다.

만에 하나 최대가상 사고인 원자로 용융사고가 나더라도 방사성물질이 격납용기 안에 완전히 갇히도록 완벽한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원자력 공학과의 황주호 교수는 “현재까지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 중 최대의 사고인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와 미국의 TMI 원자력 발전소사고에서도 핵연료가 녹은 사실은 있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그는 “TMI원전 사고 시에는 그 사고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역설적으로 원자력발전소가 원자폭탄처럼 폭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대한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론을 근거로 과학계에서는 원자력에너지를 원자폭탄과 동일화 시키는 오류는 정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급한 것과 같이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 연료의 농축도, 핵분열반응 제어장치, 내부구조, 핵연료의 특성 등 근본적인 설계가 원자폭탄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원자폭탄처럼 폭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는 않다. 원자력발전소에서도 인적 실수에 의한 사고나 설비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반론에 대해서도 “그것은 원폭에 의한 피해와는 전혀 다른 개념”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원자력 공학계는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있어 최첨단기술을 통한 안전설비를 갖추어 정상 운전시나 사고시 방사선 누출의 위험을 완벽히 막을 수 있도록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한 시스템 구축에 많은 시간과 연구를 할애하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일반 대중들의 기본 물리 법칙의 이해부족에서 온 다양한 인식의 오류들을 정정하는 노력도 원자력 공학계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무엇보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실용성에 대한 냉철한 시각이 성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핵발전의 허구성(진보평론 2002 여름)
우리들을 위한 원자력 이야기
원자력 발전의 다른 이야기(한국전력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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