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한약의 효능을 아는 방법

별꽃바람 2010. 7. 17. 14:57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한약의 효능을 아는 방법 

 

한약에 대해 견해차가 있는 듯하다.

한약의 과학적 연구는 주요 활성성분을 밝히고 그 함량을 조사해서 동물실험과 병리실험을 거쳐 약리학적 효능효과를 알아내고 아울러 독성연구를 병행하여 질병에 가장 유효하고 인체에 가장 부작용이 적은 성분을 찾아내어 이용해야 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런데 필자는 개업 15년의 한의사로서 한 달에 천여개에 가까운 처방을 만들어내면서도 한약의 성분을 잘 모른다. 그렇다면 필자는 비과학적이고 뒤떨어진 한의학을 하고 있다는 말일까?

그럴 리가 없다. 한방의학에서 한약을 쓸 때는 성분을 분석해서 쓰는 게 아니라 약의 전체적인 성질을 알아서 그 장점을 취해 쓴다. 필자가 환자의 80% 이상에 사용하는 인삼을 예로 들어보자.

<책 내용> 인삼은 맛이 달아 원기를 크게 보하고 갈증을 없애며 진액을 도우되 몸의 안팎을 두루 고르게 한다(人蔘味甘 大補元氣 止渴生津 調榮養衛)

<관찰> 인삼은 경쾌한 향기가 있고 맛이 좀 달며 색이 겉은 황색, 속은 흰색이며 모양은 가운데가 통통하며 섬유질은 그리 없고 주로 육질로서 진액이 많다. 다른 뿌리와 달리 노두 아래에 턱수가 나오고 잔뿌리가 무성하여 주근의 반대방향으로 옆으로 뻗는다. 인삼밭에는 한참동안 다른 작물이 되질 않는다.

<판단> 인삼이 맛이 달아 원기를 크게 보한다는 것은 향기가 순하고 경쾌하며 맛 또한 자극적이지 않아 생으로 먹을 만큼 순하며 껍질 속은 온통 흰 속살이라는 것과 주근에서 무성하게 나오는 잔뿌리로써 짐작할 수 있다. 인삼이 갈증을 없애며 진액을 도운다는 것은 섬유질이 별로 없는 황색 육질의 뿌리가 통통하게 자라는 것과 삼밭에 다른 작물이 잘 안되는 것으로써 짐작할 수 있다. 인삼이 몸의 안팎을 두루 고르게 한다는 것은 턱수와 잔뿌리가 주근과 반대방향으로 힘차게 뻗은 특이한 모양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응용> 그러므로 인삼은 순한 보약으로서 매운 맛은 없으므로 계피처럼 몸을 크게 덥히지는 않으나 기운이 많으니 인삼만 쓴다면 좀 뜨는 수가 있으나 다른 약과 어우러지면 몸 어디든 가서 원기를 도운다. 진액을 도우니 어디든 마르는 병에도 쓸 수 있다. 피는 기운을 받아야 도니 인삼이 당연히 혈액순환에 크게 도움이 된다. 기운이 떨어지면 정신․신경도 약해지니 인삼이 신경계통에도 물론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이렇게 순한 보약인 인삼을 쓸 수 있는 병은 무한정이다.

 

 

인삼이라 하면 중국인삼, 일본인삼, 미국인삼보다 유독 한국의 고려인삼을 알아주는 건 품질도 우수하고 판매전략도 성공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인삼 성분을 연구하여 그 효능을 이야기하는 데는 아직까지 설왕설래가 있는 것 같다.

이번 달 모 일간신문에서 붙은 토론은 인삼을 고혈압에 썼더니 부작용이 나는 사람이 많더라는 주장과, 인삼이 혈압을 조절하는 성분이 있어 고혈압과 저혈압 환자에게 모두 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모두 세계적 약리학 권위자들이 첨단장비를 동원하여 인삼의 성분을 분석하고 약리실험을 수없이 한 논문결과를 인용한 것이었다.

필자는 이런 신문보도가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한의학이 버젓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실리는 데 대해 매우 아이러니칼한 느낌을 받는다. 인삼은 중국의 전국시대와 진한 사이에 씌어진 신농본초경에 처음 실리기 시작하여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허약을 퇴치시켜 오고 있는 명약 아닌가? 일전에 메주가 발암물질이 있다고 했다가 다시 된장이 항암성분이 있다고 하던 식으로 지금 와서 무엇을 모르기에 인삼이 문제가 된단 말인가?

지난 주에 인삼이 왜 효력을 내는가를 한의사의 견지로 인삼의 성질을 가지고 설명하였다. 필자는 인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환자의 80% 이상에 쓴다는 말도 하였다. 그 환자들 가운데는 고혈압 환자나 당뇨 환자, 열이 펄펄 나는 꼬마, 관절이 붓고 달아오른 관절염 아저씨, 전형적인 갱년기 장애의 주부, 뚱뚱한 아가씨, 야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다양하다. 즉 한의학적인 교육을 받은 한의사는 한방병리와 약리가 꼭 일치하는 줄을 알므로 인삼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성분 분석이 아니라 그 성질과 장점을 가지고 쓰므로 고혈압에도 쓸 경우가 있으며 저혈압에도 쓰지 못할 경우가 있는 줄을 아는 것이다. 열 운운 하지만 감기에 열이 펄펄 나도 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체온이 아주 정상이라도 쓰면 안 되는 경우가 있으며, 아드레날린이 들어 있어 강심작용 운운 하지만 심장이 두근거릴 때도 쓸 경우도 있고 못 쓰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런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이제 독자들은 짐작이 갈 것이다. 한약, 신약을 막론하고 약이란 잘 쓰면 명약이요,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그러므로 한약을 양의사나 양약사도 연구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아직까지는 함부로 쓰게 하자니 위태롭고 역시 한의사의 진단하에 써야 안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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