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신경성 복통
복통이라 하면 매우 많은 장기가 관계되고 종류도 많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경만 썼다 하면 소화가 잘 안 되고 복통이나 위경련이 일어나 고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시기는 아직 경락조직이 위축된 것이고 더 나아가면 본격적으로 구토, 설사, 변비, 염증 등이 찾아와서 장위조직의 기질적 병변까지 될 것이다.
흔히 술이나 음식을 많이 먹어 장위가 시달려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아프다. 찬 음식이나 물 종류를 섭취해도 흔히 아프고, 찬 방에 자든지 엎드리든지 하여 배를 차게 해도 배가 잘 아픈 것도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비관, 사색, 우울, 긴장, 낙심, 공포, 짜증 등 갖가지 칠정(七情 喜怒憂思悲驚恐), 즉 정신적인 영향으로 기운이 막혀서 복통이 되는 것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그 사람의 평소 성격과 최근에 받았던 감정의 종류에 배아픈 부위도 다르고 맥도 다르게 나타나며 처방도 달라지는 것이다.
칠정은 제각기 종류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근심, 생각, 낙심, 공포, 우울 등은 우리를 오글리게 한다. 짜증, 신경질, 울분은 우리를 뜨게 한다. 우리 몸은 기운이 항상 아래위로 승강이 순조로와야 정상이다. 그러므로 앞의 감정으로 속이 상하면 기운이 떠서 내려오지 못하니 아랫배도 아플 수 있지만 대개 윗배가 팽팽해지면서 많이 아프다. 반대로 후자의 감정으로 마음이 상하면 기운이 아래로 푹 꺼져 내려가 버리니 배꼽 아래쪽이 뻐근하다. 즉 열을 잘 받는 사람은 윗배, 내성적이고 음적인 사람은 아랫배가 더 잘 아픈 경향을 가지는 것이다. 맥도 전자는 뜨고 후자는 까라짐을 관찰할 수 있다.
가운데 배가 아픈 것은 제 자체가 잘못되어도 그럴 수 있고, 위의 기운이 안 내려와도 그럴 수 있고, 밑의 기운이 위로 안 올라와도 그럴 수 있다.
그러므로 복통이나 위경련은 언제나 아래 위의 기운 출입을 중시하여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 진맥으로 확인하여 먼저 기운을 들 것인지 내릴 것인지부터 판단하여 치료하게 된다. 본인으로서는 아직 병이 고정된 것은 아니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배를 뜨끈뜨끈하게 하면서 마음 상한 것을 풀고 조금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겠다. 응급 처방으로는 사향소합원이라는 알약을 사용하여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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