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사상체질과 平人
체질에 관심이 많은 시대인 것 같다. 중국과 일본의 한의학에는 아직 체질에 대해 관심이 적으나 우리나라는 19세기 학자 이제마선생이 태음인, 소음인, 태양인, 소양인으로 사상체질의학을 발표한 이래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던 분야이다. 요즘 매스컴에도 심심찮게 사상체질이 소개되는 것도 네가지 체질의 단순명료함으로 인해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사람마다 다른 성격과 체형으로 체질이 나뉘어지며, 같은 체질인끼리는 병에 걸리는 경향이 비슷하다는 것은 일반인도 수긍이 갈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평생을 살다 보면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체형은 살쪘다가 야위었다 하는 등 더욱 변화가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체질은 타고난 것이라서 평생 변하지 않는다든지, 이 체질로 인해 약이나 음식까지도 가리게 되어있다고 할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사람을 네 가지 또는 여덟 가지로 나누는 데 일관된 체질분류를 하기가 어려워 학자마다 판정이 엇갈리기도 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만일 애초부터 불확실하게 체질판정을 했을 경우 애써 음식이나 약을 가려 먹은 것이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마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래서 체질감별을 위한 객관성있는 자료를 얻기 위해 설문을 작성하여 통계를 모으기도 하고 진단기기를 응용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반인이 쉽고 정확하게 감별할 부분이 아니므로 참고는 하되 여기에 너무 곡색하게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의학 원전인 황제내경에는 平人이라는 말이 소개된다. 병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키가 크든 작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세계의 모든 인종이 다 平人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 체질보다 앞서는 개념이다. 의학의 목표는 피부색과 골격과 성격이 각양각색인 사람을 平人으로 살게끔 도와주는 것이지 좋은 체질, 나쁜 체질이 본래 없을 것이다. 체질의학 또한 그 사람의 기질적 성향과 체형을 참고해서 양생과 질병치료에 도움을 주자는 목표이지 사람을 미리 나누어놓고 무슨 병이 나기 쉬우니 무엇을 먹고 무엇을 가리라고 꼭 정하는 것이 아닌 줄로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는 응용이 적기 때문이다. 앞으로 체질의학이 좀더 연구발전되겠지만 본디 한의학이 네가지나 여덟가지로 숫자를 정해놓고 체질을 분류해야만 한의학인 것은 아님을 알아서 일반인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 (한의사는 체질분류나 그 적용이 신중한 데 반해서 일반인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심심풀이 비슷하게 아마추어적 느낌으로 체질을 말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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