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입맛 좋아지는 한약
서양의학을 전공하신 어떤 분은 한약 먹고 입맛이 좋아지는 게 혹시 감초의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먼저 입맛이 좋고 나쁘고는 어디서 시작되는지부터 알아보자.
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넘어가기 바쁜 사람이 있다. 반찬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것은 배가 고프거나 위장이 튼튼한 것이다. 반면 배가 부르거나 위장이 실력이 없으면 반찬을 자꾸 넣어도 밥알이 입에 뱅뱅 맴돈다. 위장은 입에서 넘겨주는 음식을 받아 수동적으로 으깨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밥을 당기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장이 튼튼해야 입맛이 돌며, 반면에 위장이 허약해졌거나 식었거나 위장의 활동이 부드럽지 못할 때는 밥을 당기지 않으니 입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와는 반대로 여러 원인으로 위장이 달아올랐다면 비정상적으로 식욕항진이 되어 목에까지 차도록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반드시 치료해야지 그냥 두면 비만해지기 십상이며 결국은 위장도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한의학은 위장의 상태를 바로잡아줌으로써 식욕부진을 회복시키든지 비정상적인 식욕항진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혹자는 한약 먹으면 무조건 입맛이 좋아진다고 생각해서 살찌는 게 염려되어 한약 복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약 먹기를 주저하는 수가 있는데, 언제나 입맛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한의학의 목표이지 살찔 정도로 무조건 식욕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감초는 어떤 약인가? 감초는 샛노란 색으로서 매우 달고 섬유질이 많은 걸 종합해보면 한마디로 중화제이다. 그래서 약방에 감초라는 말처럼 보통 처방에 오푼(2그램) 정도를 넣어 교향악단의 지휘자처럼 하나하나의 약이 튀지 않도록 조절하여 약이 몸 전체에 고루 퍼지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심적으로 지쳐있는 사람이 초조불안으로 잠을 못 잘 때 한 첩에 두돈(8그램)씩 넣어 순하게 안정시키기도 하며, 장이 무력해져서 설사를 할 때는 장 치료에 방해되기 때문에 처방에 감초를 빼 버리기도 하는 것이지 입맛 좋아라고 넣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설탕이나 꿀이나간에 모든 단 것을 많이 섭취하면 위를 게으르게 하여 입맛이 떨어지는 것이 상식 아닌가! 감초도 보통 사람에게 과량 복용시키면 당연히 입맛이 떨어진다. 한약은 그 성질로써 몸의 병리와 연관시켜 적당량을 판단하여 쓰는 것이지 양약처럼 성분을 가지고 쓰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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