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련

달래자

별꽃바람 2010. 7. 17. 15:16

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달래자

 

아이들을 재울 때 엄마는 꿇어엎드리듯 해서 양 손바닥에서 팔꿈치까지 가만히 아이 몸에 얹고 토닥거려주면 아이는 가장 위안을 받고 새근새근 잠들게 된다. 이 마음가짐과 자세는 아이 재울 때만 소용되는 게 아니다. 경기 막 끝나고 지쳐 잠이 든 아이도 이렇게 해야 경기가 예방된다. 감정을 못 이겨 끝내 중풍으로 쓰러진 어른들, 혼수상태에서 갑갑증이 나서 막 몸부림치는 환자들도 반드시 이렇게 하는 것이, 막 흔들어 깨우거나 물끄러미 내버려두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진료실에서 맥을 보다 보면 허약한 아이들은 물론이지만 청소년이나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맥이 시들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풀이 죽었다, 기가 꺾였다는 말이 이것일 것이다. 어른들이야 자기 욕심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철없는 아이들 맥이 이런 것은 가정 분위기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른들이야 분을 못이기면 무슨 짓이든 못하랴마는 아이들은 최대한 몸부림이 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 우는 게 다반사 아니냐 하겠지만, 울기 밖에 더 이상 재주가 없는 아이들을 이해한다면 울다가 악이 북받쳐 넘어갈 때까지 내버려 둘 게 아니라 달래야 할 것이다.

엄마는 아기가 언제쯤 배고파지는지를 잘 기억해놓았다가 배고파 넘어갈 듯이 울기 전에 미리 젖을 물리는 지혜가 있어야겠다. 너댓살 아이가 입맛이 없어 밥상머리에 안 오고 마루를 뱅뱅 돌 때 왜 입맛이 없을까는 제쳐두고 다짜고짜 끌고 와서 억지로 먹이면 토하기 마련이다. 국민학생이 집에 오면 그 시간부터 자기 전까지 숙제 해라, 예습해라, 책상 치워라, 씻어라, 가방 챙겨라를 매일 여러 수십번 하는 가정이라면 그 아이가 조만간 학교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부모와 마음이 멀어지지 않겠는가?

요즘 TV연속극에 흔히 신경질 내고 다그치고 말대꾸하고 비꼬는 투의 대화가 등장한다. 옛날부터 싸움구경, 불구경에 사람들이 모이니 연속극도 재미있어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지, 만일 가정에서 실제 상황이 이와 비슷하게 펼쳐진다면 여간 일이 아닐 것이다. 물은 흘러야 썩지 않고 기운은 통해야 몸이 병들지 않으며 마음은 턱 터놓아야 사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서로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귀여운 자녀가 기운이 시들어져간다면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기운 없는 게 만병의 근원이니 보약만 믿지 말고 근본적으로 예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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