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두통
우리 인체는 생기가 돌면서 생명활동을 잠시도 쉬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럴 때 맑은 기운은 자연히 위로 모이고, 탁한 찌꺼기는 아래로 내려가 대소변으로 배설된다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 몸의 가장 위에 위치하고 있는 머리에 가장 예민하고 모든 생각과 감정을 통솔하는 이목구비와 뇌 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 역시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두통이란 이렇게 가장 맑은 기운이 모이는 곳인 머리로 기운이 많이 떠올라오기 때문에 된다. 바람이 불면 각종 먼지, 티끌 등이 따라 올라오듯이 몸에서도 기운이 뜰 때 각종 찌꺼기가 따라 올라와 머리가 맑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언제 어떻게 해서 기운이 뜨는가를 알아야 치료대책을 세울 수 있지 임시방편으로 진통제를 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첫째, 바깥 공기에 의해 두통이 온다.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피부는 창문과 같아서 호흡을 하여 몸 속의 열기를 발산하는데 찬 바람이나 건조한 공기, 습한 공기가 계속되면 우리 몸의 생기가 피부까지 원활하게 돌지 못해 갑갑증이 난다. 여름날 방문과 창문을 닫아놓으면 갑갑해지는 것과 같다. 이럴 때 생기는 갑갑함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되고 그 결과 열도 생기고 기운이 위로 떠서 두통이 오기 쉽게 된다. 피로할 때 찬 바람을 쐬거나 비를 맞거나 해서 감기 들어 머리 아픈 것이 이 예에 해당한다.
둘째, 감정(七情)의 동요로 인해 기운이 떠서 된다. 기운이란 마음이 안정되었을 때 가장 잘 순환하는데 골치가 아픈 일이 있으면 머리가 아플 것이다. 열 받는 일이나 마음 상하는 일이 있든지, 오래 긴장해 있다든지 할 때 흔히 머리가 아프다. 갑작스레 이럴 때는 상기도 되고 열도 느끼겠지만 七情에 오래 시달리면 열 없이도 머리가 자주 아프게 된다.
셋째, 소화불량에 흔히 두통을 수반한다. 과식이나 소화불량, 배탈 등으로 위와 장이 활동이 안 되면 내장에 습기가 차고, 이로 인해 생기가 도는 것이 방해를 받으니 역시 애를 쓸 때 기운이 위로 떠서 두통이 된다.
넷째, 노력을 많이 하여 땀을 흘리고 기운을 많이 써도 역시 기운이 위로 올라가 머리가 아프다. 피곤하거나 몸살이 날 때가 여기에 해당된다.
두통의 원인은 앞시간에 말한 바와 같이 흔히 바깥 공기로 오는 경우, 감정의 동요로 인한 경우, 소화불량으로 오는 경우, 과로로 오는 경우가 있다 하였다. 날씨가 궂거나 바람이 분다 싶으면 반드시 두통이 있는 사람, 신경만 좀 썼다 하면 머리부터 아픈 사람,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먹었거나 약간 과식했거나 제시간에 식사하지 않았다면 어김없이 두통부터 느끼는 사람, 피로하면 머리가 아픈 사람 등이 그 예이다.
또한 사람 체질이 제각각이라 체형과 성격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야윈 사람은 모래땅에 물붓는 격으로 기운의 흐름 또한 빠르므로 상기되는 일이 있을 때 두통이 쉽게 온다. 반면에 체중이 많은 사람은 진흙땅에 물붓는 격으로 기운의 흐름이 늦으니 예리한 두통은 비교적 드물고 흔히 머리가 띵하고 무거운 것을 느끼기 쉽다. 또한 성격이 급한 사람은 상기가 잘 되니 두통이 흔하고 침착한 사람은 별로 두통을 못 느끼고 산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신경계통이 먼저 피로해질 것이니 머리가 중추신경인 만큼 두통이 흔한 편이고 무딘 사람은 역시 두통과 거리가 있다.
그러므로 야윈 사람은 신경을 촉촉히 적셔주는 윤제를, 습기가 많은 사람은 그 반대로 좀 말리는 약을 첨가하며, 기운이 잘 뜨는 사람은 기운을 내리는 약을 쓰고, 자기 뜻대로 못해 꿍꿍 앓다가 머리가 아픈 사람은 울증을 풀어주는 약제를 첨가하며, 신경이 약한 사람은 신경을 보하는 약을 쓰게 된다.
요즘 머리 속의 기질적인 이상유무를 진단하는 CT스케너나 MRI가 많이 보급되고 있는데 일반적인 두통에도 이런 진단을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병원에서도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의사가 의심이 가서 기계진찰을 하는 경우는 병을 찾아낼 확률이 상당히 높은 반면에 환자가 원해서 진찰할 때는 머리에 기질적인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요즘 얼마나 병에 주눅이 들어있는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두통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귀찮고 성가시더라도 반드시 두통의 원인을 본인이 생활에서 찾아내서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요즘은 어린이들도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예민한 아이를 별 생각 없이 나무라든지 아이에게 짜증을 내든지 하면 견뎌내지 못하는 수가 있다. 이럴 때도 병원 진찰을 서두를 게 아니라 가정 분위기나 자녀교육 방법부터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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