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태국한의사가 93년부터 부산일보에 "한방의 허실"이란 제목으로 3년째 매주 연재하였던 것입니다.
찬 음료수
아이가 찬 걸 찾는다고 열이 많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은 찬 것이 아이에게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
술 안주로 소금을 드시는 분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술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 위가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위장은 거의 필사적으로 자극을 원한다. 그러므로 다른 안주는 입에 맞지 않고 소금이 들어가면 그 짠 맛에 위가 일시적으로 조금 활동하기 때문에 소금을 술안주로 찾는 것이다.
노인이 입맛이 없어 어떤 반찬도 쳐다보기도 싫은데 유독 짠 고등어찌게에는 젓가락이 가는 경우도 이와 같다. 입맛이 없다는 것은 위가 힘이 없기 때문이므로 위를 자극할 만한 반찬이라야 구미가 돌기 때문이다.
이런 예를 참고로 할 것 같으면 서너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따뜻한 물을 싫어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따뜻한 물은 잘 먹지 않고 찬 물은 곧잘 마신다면, 이것은 위장이 약해져서 자극을 원하는 것이지 속열이 많다고 속단해서는 안 되겠다. 오히려 찬 걸 자꾸 마시면 알게 모르게 위장은 더욱 약해지고 만다.
우리 몸은 체온과 비슷한 음식이 가장 부담이 없다. 건강한 사람이야 찬 걸 먹어도 견뎌낸다 말이지 결코 좋은 것은 아니며, 약한 사람은 조만간 탈을 내고 만다. 아직도 항간에 아이들에게 찬 걸 먹이면 장이 튼튼해진다는 말을 들었다며 태연히 찬 물이나 음료수를 먹도록 내버려두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는 자녀 건강을 위해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잖아도 단 걸 많이 먹어 위장이 게을러지고, 육류를 일찍부터 즐겨 먹어 위가 시달리기 쉬운데, 찬 것까지 합세해 놓으면 아이가 얼굴이 노래가지고 허구헌날 감기를 달고 있고 각종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리며 중이염, 비염, 편도선염을 잘 앓고 쉬이 피로해하며 신경질적이 되는 경우들이 반드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