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4년전 약속 이야기

별꽃바람 2014. 7. 1. 23:46

 4년 전 동네에 훌륭한 후배가 세상에 도움이 되려는 마음으로 정치에 출마를 한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 능력도 없고 도움을 줄 것도 없지만 마음으로 격려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당연히 그 당시 그 친구도 결코 초심을 잃는 일이 없을 것이라 약속을 했고요. 함께 시민단체를 했던 대표(저도 한때 대표였지만)님도 사람 사는 세상에 초석이 되라는 뜻으로 격려를 한바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4년이 흘렀네요. 오늘 그 친구가 처음 초심으로 돌아와 저녁을 샀습니다. 저는 그저 초대 모임의 대표를 한 이유로 초대를 받았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참 신선하더군요.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만 부귀영화나 권력을 쟁취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초심으로 돌아와 4년 전과 동일하게 평범한 저에게 밥을 사는 것을 정말 고맙고 맛있게 받았습니다.

 

  밥값은 그 당시 대표를 했던 여장부께서 지불했지만 오랜만에 부담 없이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다양하고 나름의 관점이 있지만 진정 행복한 것은 보람이 있는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같이 무한경쟁시대에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빈발하는 상황에도 늘 낮은 곳에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민초들이 있기에 세상은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는 높은 자리에서 당장은 내려왔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있기에 더 높은 곳에서 더 큰 일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한 충고는 4년 전과 다름없습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는 초심을 주어진 자리에서 내려 올 때까지 잃지 않는다면 성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4년 전보다는 조금 변했다는 말도 마지막에 덧붙이기도 했고요. 그건 일종의 작은 경고인데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장자가 옻나무 정원을 지키며 한 이야기가 있지요. 쓸모가 있기에 천명을 다하지 못하고, 쓸모가 없어 천수를 누린다고요. 천수를 누린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잘났다고 설치다고 요절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세상에 작은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왕후장상이 부럽겠습니까? 어차피 우리가 우주만물의 일부인데요.

 

  아는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어 괴변만 늘어놓는다고 늘 유리공주에게 구박은 받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고, 해야 할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슬퍼하거나 우울할 일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