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분실 안경 회수로 알게된 눈 학대

별꽃바람 2015. 4. 2. 12:09

지난 토요일 회사 산악회원들과 가볍게 산행을 하고 뒷풀이를 했습니다. 차를 가져간 덕분에 산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회사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는 원풀이하듯 마음 놓고 술을 마셨는데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취해서 귀가하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노안으로 인해 스마트폰이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벗고 폰을 보다가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내릴 정류장에 도착해서 보니 안경이 사라졌습니다. 두 정거장이나 더 가면서 안경을 찾았지만 평소에도 안경 없으면 거의 실명상태인지라 도저히 찾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큰 미련을 남기고 하차하여 겨우 귀가를 했네요.


다음날 카페 정모가 있어 밤새 고민하며 잠을 못이루었는데 다행히 큰아들이 도수가 맞지 않아 남겨 놓은 안경을 쓰고 정모에 참석했습니다.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지낼만 했습니다. 그래도 안경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 여러군데를 수소문한 결과 인연이 다하지 않았는지 버스회사에서 습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다름에 달려가 안경을 회수하고 아들 안경을 벗고 낀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네요. 이건 내 안경이 아닌 것입니다.ㅠㅠ


도수가 맞지 않아 멀리 보이지도 않고, 워낙 오래되어서 표면이 엉망이라 안개낀 것처럼 흐린 것이 도저히 낄 수 없는 상태인 겁니다. 그런 안경을 몇년이나 끼도 다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큰 충격이었습니다. 결국 아들 안경을 그대로 끼고 살고 있습니다. 노안이 심해져서 대골공, 소골공, 양로혈까지 자석으로 보하고 있는데도 별 호전이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성격이 무던한 건지 미련한 건지? 가족들은 모두 미련한 것이라고 합니다.ㅠㅠ 남들에게는 잘 나누어 주고 도와 주면서 자신에게는 가혹하게 엄격한 성격 때문에 내 눈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괜히 미안해 지네요. 이제 선택이 남았습니다. 다촛점안경으로 바꿀 것인지 아니면 원거리와 근거리를 보는 안경을 각기 따로 맞추어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눈을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는 입장에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다촛점안경이 여러가지로 적응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걱정입니다. 하여간 그동안 학대를 당한 눈을 위해서라도 적절할 조치를 취해야 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