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대단히 소중하고 고귀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당연히 뭔가 일이 잘 되거나 깊은 명상에 들었을 때다. 대부분의 시간은 부족하고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머리도 나쁘고, 운동 능력, 예술 능력, 경제적 능력 기타 많은 것에서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산다. 인간은 누구나 제 잘난 맛에 산다는데 내 경우는 부족함을 채우려 사는 것 같다.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대하면 나 자신이 정말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상상할 수 없는 우주의 일부라는 느낌이다. 별의 재로 만들어진 한 인간이 뭐 대단하다고 스스로 큰 사람이 아님을 탓한단 말인가?
이 책은 그런 깨달음을 주는 가벼운 조언이다. 어려운 내용 하나도 없는 물리학 최고의 해설서다. 저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물리학자다. 그는 물리학의 정수를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동양 철학적 깊이가 없는 저자이기에 결론이 조금 허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삶에 대한 호기심과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 묘사는 감명을 주기에 충분하다.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다. 공간도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다. 공간은 물질이 있는 곳에서 곡선을 이룬다. 때문에 빛도 직선으로 이동하다 태양처럼 큰 물체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지날 때는 굴절된다.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곡선이 된다. 중력이 적은 곳은 시간이 빨리 흐르고 큰 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오래 살려면 낮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
공간과 장은 같다(Space is Field).
양자도약이란 전자들이 일정한 원자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점프할 때 광자를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멜델레예프의 원소 주기율표에서 같은 족의 원소는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을 따르므로 같은 특성을 갖는다. 화학 전체가 하나의 방정식에서 나온 것이다.
전자는 상호작용이 있을 때만 존재한다. 양자도약이 없으면 어느 곳에 전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양자도약은 대부분 우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전자가 나타나는 것은 가능성만 계산 할 수 있다.
“현실은 상호작용으로써만 설명될 수 있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시공간을 설명했고, 닐스보어와 동료들은 물질의 독특한 양자적 특성을 방정식으로 정의했다. 코페르니쿠스는 행성 무도회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임을 밝혀냈다. 태양은 천 억개의 별구름, 즉 은하계 속의 아주 작은 미세한 알갱이다. 은하 역시 수 백 만개의 은하구름 속의 먼지 알갱이와 같다.
핵과 전자, 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6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을 붙잡아 두는 글루온과 광자, 그리고 중성미자와 힉스가 우주를 이루는 기본 물질이다. 이들 몇 가지 기본 성분들이 거대한 레고 조각처럼 우리를 둘러싼 공간을 채우고 있다.
진짜 빈 공간, 즉 완벽한 빈 공간은 어디에도 없다. 우주는 사물이 주인인 세상이 아니라 수많은 상호작용에 의해 좌우되는 세상이다. 암흑물질은 볼 수도 없고,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도 모르지만 우주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광대한 우주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주학, 천체물리학, 중력파, 블랙홀 등의 학문을 발전시켰다. 양자역학은 원자물리학, 핵물리학, 기초입자물리학, 응집물질물리학 등의 바탕이 되었다.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현재로서는 서로 모순되므로 평가가 어렵다.
뉴턴은 갈리레오의 포물선과 케플러의 타원을 조합하여 만유인력을 찾아냈다. 맥스웰은 전기이론과 자기 이론을 조합해 전자기 방정식을 찾아냈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기와 역학사이의 심각한 모순을 해결하려다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저자가 주장한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양자들 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이 곧 이 세상이고 그 자체가 시간의 원천이다. 양자중력이론에서는 세상을 수용하는 공간도 없고,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도 없다. 그저 공간양자와 물질이 계속 상호작용하는 기본적인 과정만 있다. 우리 주위를 계속 맴도는 공간과 시간의 환영은 이 기본적인 과정들이 무더기로 발생할 때의 희미한 모습이다.
초기 우주 이전엔? 과거의 우주가 자체 무게 때문에 압축되어 있다 폭발한 것이 백뱅이다.
열기는 분자들이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이 있을 때만 발생한다. 루트비히 볼쯔만은 열이 확률적으로 뜨거운 곳에서 찬 곳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뜨거운 물질의 분자속도가 찬 물질의 분자 속도보다 크므로 확률적으로 열이 차가운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을 현재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는 존재하지 않고 미래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리학에서는 지금이라는 개념과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현재에 대한 생각은 환상이며, 보편적인 시간의 ‘흐름’은 효력 없는 일반화다.
“우리 같이 물리학을 믿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이 고질적으로 집착하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아인슈타인이 친구의 죽음에 붙여
좀더 멀리 내다봐야 세상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합리적이고 신중하고 지혜로운 실험의 종합적인 결과보다 순간적인 예감을 더 믿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객관적인 ‘여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주 객관적인 상황에서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티븐호킹은 “블랙홀은 항상 뜨거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블랙홀의 열은 세 가지 언어(양자, 중력, 열역학)로 쓰인 로제타스톤이다. 누군가 암호를 풀어 정말 시간의 흐름이 무엇인지를 말해 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우리 주변의 모든 다른 생명체와 똑 같은 조상으로부터 계승된 존재다. 우리는 나비나 낙엽송 같은 동식물과 조상이 같다. 거대한 은하와 별들의 바다에서 우리는 한 없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다. 사물은 서로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한다.
우리는 아직까지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있고 공감되는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인간의 행동이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것뿐이라면, 우리가 자유롭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는 모두 세포의 총체로 만들어진 하나의 프로세스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무한한 우주 공간의 일부인 지구에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의 영온은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 인류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변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결과 기후와 환경은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고, 이는 쉽게 회복될 수 없다.
자연은 우리의 집이며, 우리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같이 별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차 있을 때나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이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증의 명품 소파 (0) | 2018.10.09 |
---|---|
장모님과 제주도 가족여행 (0) | 2018.08.21 |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를 읽고 (0) | 2018.08.04 |
담배가게 성자 내용 요약 (0) | 2018.08.04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고 (0) | 2018.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