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어야 가치가 있습니다. 냄새 나는 두엄조차도 논, 밭에 있으면 소중한 거름입니다. 두엄이 길거리에 있으면 혐오의 대상이 되게 마련입니다. 지난 번개에서 애완견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마당을 뛰어 놀아야 하는 개가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이 과연 사랑하는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만 가난한 시절을 살았던 제 입장에서 개는 가축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의 취양인 애완견을 기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목숨을 구한 허베너스가 생각이 나네요. 쿠바산 명품 애완견인데 시골동네에 버려져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을 구해준바 있습니다. 이전 참조 ^.^.
개인적으로 솔직히 비싸고 귀한 것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에 만족하며 지극히 평범하고 비교하자면 가난하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먹고, 자고, 입고 돌아다니는데 부족함이 없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삶입니다. 그러다 보니 행복지수 100점에 가까운 삶을 살았습니다.
최근에 집값 이야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기도 했고, 보유주식의 폭락으로 우울증을 겪기도 했지만 먹고 사는데 별 지장이 없다는 생각에 평정심을 찾고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사람을 빼고는 명품이라고 할 것은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소파입니다. 1997년 현대백화점 직원의 권유로 구입한 것입니다. 당시에 천만원에 가까운 가격이었습니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고 현대중공업 선박 구입하는 선사의 임원에게 제공하기 위해 특별 제작한 그야말로 명품 소파입니다.
당시에 파격적인 가격과 특별한 인연으로 구입한 것인데 제 주제와는 맞지 않는 물건입니다. 처음에는 사택이 단독 주택이고 워낙 넓은 거실이라 소파가 있어도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서울로 이사를 온 후 작은 아파트에 살다보니 소파가 거실의 주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초기 구입가격 때문에 짐처럼 안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리공주께서 소파에 대해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고, 낡은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 급기야 돈을 들여서라도 폐기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아직도 명품인데 말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중고사이트에 글을 올려놓았습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그냥 폐기 되는 것 보다는 누군가에게 소용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요. 예전에 극한직업에 이 소파를 만드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장인 몇 명이 한 달을 넘게 나무를 다듬고 조각을 해서 만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는데, 천덕꾸러기가 되다니? 역시 모든 것은 있을 곳에 있어야 빛나는 것 같습니다.
만드신 장인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누군가에게 소용이 되는 물건을 재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앉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리 낡은 것도 아니고, 당연히 나무로 깎은 구조나 측면, 뒷면의 가죽은 새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소파가 떠나면 이 집에는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은 하나도 남지 않겠네요. 아참 김홍경선생님의 책 몇 권이 있군요. ^.^
어차피 내가 떠나면 모두 짐일 뿐입니다.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뭐든 나누는 것이 삶의 철학인데 이 소파는 등치가 커서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비우는 삶을 더 가속화해야겠습니다. 가능하면 떠날 때 가벼운 마음을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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