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공주의 건망증이 심하여 큰 맘 먹고 총명탕 재료를 구입했다. 총명탕 재료는 원지, 석창포, 백복신 3가지 뿐이다. 너무 간단하고 쉬운 처방인데 문제는 원지다. 생강에 법제를 해야 하는데, 일반 원지를 사면 심이 들어 있는 것이 많아서 심을 제거하는 것이 큰 일이다. 그래서 거래하는 한약방에서 최고 비싼 원지를 구입했다.
그리고 생강즙에 법제를 해야 하는데 그 일 또한 작은 일은 아니다. 어찌되었든 재료를 만들어서 100그램 단위로 몇차례 달려 주기로 마음 먹었다. 2주 전에 한차례 달여 먹이고, 최근에 다시 재료를 준비하는데 재료들 중에 감초가 함께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3가지 재료외에 감초도 함께 넣고 달였다.
단 것을 싫어하는 유리공주는 다려진 감초가 들어간 총명탕을 마셔 보고는 화를 낸다.
"감초를 넣어서 너무 달아."
내 변명은 이렇다.
"건망증도 문제지만 갈수록 말라서 볼품이 없는 것이 더 문제다. 그러니 감초라도 달여 마셔서 토기를 보충해야 할 것 같아 넣었어."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내가 총명탕을 마셔야 할 것 같다.
기본적인 총명탕 재료도 헷갈려서 감초를 무려 100그램이나 함께 넣고 달이다니.ㅠㅠ
나의 무지 때문에 생긴 새로운 처방(?)의 한약이지만 유리공주가 살도 찌고, 건망증도 줄었으면 좋겠다.
게을러서 직접 쓰기 싫고 해서 총명탕 관련 글을 인터넷에서 퍼다가 조금 편집해서 아래에 추가한다. 혹시 총명탕을 드실 분이라면 참고하시라고... 참고로 총명탕을 성인이 먹는 것이지 애들이 먹는 것은 아니다.
내 경험상 너무 기억력이 좋으면 삶이 괴롭다. 잘 잊는 것도 행복이다. 과거는 잊고 오늘을 살 수 있으니 어찌 행복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총명탕은 너무 심하게 건망증이 있는 분들만 드시라.
총명탕의 기원
총명탕은 중국 명나라 때 태의원 의관인 “공정현”(1522~1619)이 창안한 처방이다. 그의 아버지 “공신”도 태의원(太醫院) 의관(醫官)으로 지냈다고 하며, 그는 만병회춘(萬病回春), 수세보원(壽世保元), 제세전서(濟世全書), 고금의감(古今醫鑑), 운림신각(雲林神殼), 본초포제약성부정형(本草포製藥性賦定衡), 종행선방(種杏仙方), 노부금방(魯府禁方) 등과 같은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였는데, 후대의 의가들은 그를 평하길 “의도는 완전한 것을 추구하였으나 실재로 중복된 것이 많고, 제가의 의론을 절충하였으나 자신의 의견은 적다”고 폄하 했다. 총명탕이라는 처방은 그의 책 중에서 1581년에 간행된 '종행선방'에 수록되어 있다. 비록 처방은 간단하지만 그 효과는 지대하다.
동의보감
[聰明湯]治多忘久服能日誦千言白茯神遠志以甘草水泡去骨薑汁製石菖蒲各等分右좌每三錢水煎服或爲末每二錢茶湯點服日三<種杏> 이라 하였다.
(건망증을 치료하며,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마디 말을 외울 수 있다. 백복신,원지-감초물에 담군 다음 심을 제거한후 생강즙에 법제한다, 석창포를 등분하여 썰어서 매 3돈씩 끓여서 복용하거나 갈아서 2돈씩 차와 같이 복용하는 것을 하루 3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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