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둘레길 도보 여행

코리아둘레길28회차 수산교에서 기성터미널까지(해파랑길25코스)

별꽃바람 2022. 11. 26. 17:21

전날 수산교까지 여행을 마치고 친구들을 만날 겸 부구로 이동하여 숙박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회수하러 나가니 주차장이 장터가 되었다. 1, 6일 오일장이 열리는 곳이라 주차된 차들은 대부분 이동했고 그 자리에는 시골 노인들이 다양한 것들을 가져다 팔고 있다. 우리는 시골 집 마당에서 땄다는 대봉감을 구입했다. 큼직한 것들이 백개나 들어 있는데 45,000원이란다.

지난번 삼척구간을 걸을 때 주워 먹었던 감의 맛을 잊을 수 없어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다. 차를 빼서 수산교를 지나 수산교 아래 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 감이 있어 가급적 해가 들지 않는 곳을 택하다 보니 다리 아래쪽이 되었다. 여행 준비를 하고 망양정을 향해 출발했다.

이른 시간이라 인적이 없는 가운데 왕피천 너머로 케이블카가 멈추어 서 있다. 해안에 설치되어 있는 관동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으로 올랐다. 36년전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곳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해안 쪽에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왔는데, 지금은 차가 올라 갈 수 있도록 육지쪽에서 진입로가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다.

망양정을 내려 오는 길에는 팬플릇 모양의 풍경이 설치되어 있어 대나무와 풍경소리의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다. 이날 코스는 대부분 바다로 이어진다. 전날에 이어 여전히 파도는 세차고 바람도 조금 불지만 햇살 때문에 춥다는 느낌은 없다.

기성버스터미널 가까이에서 울진원전에 근무하는 친구가 따라와서 함께 사진도 찍고 동행을 했다. 기성버스정류장에서 셋이 인증샷을 찍고 울진으로 이동하여 이른 저녁을 사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또한 귀한 박사 논문에 서명까지 하여 선물로 주었는데 나는 뭘로 보답해야 할까 고민이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라고 하는데, 요즘 세상은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다 보니 친구를 반기는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는 3번 씩이나 챙겨 주어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언젠가 보답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한갑이 된 나이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본 받을 점이 참 많은 친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저녁을 맛있게 얻어 먹고 수산교에서 차를 회수하여 기성터미널 옆에 있는 모텔에 묵었다. 여행자들의 후기를 보면 귀곡산장이라는 표현을 해 놓았던데 딱 그 수준이다.

난방은 잘 되지 않고 건물은 낡아서 웃풍이 심하다. 침구는 세탁을 안한 것인지 묵은 때가 가득하고 늙은 할아버지가 힘겹게 손님을 맞이하시는데 손님인 내가 더 불안하다. 가급적이면 베니스모텔에서는 쉬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여행을 하다보면 다양한 식당, 숙소를 만나는데 이번은 정말 아닌 듯하다.

여행 일시 : 20221026 08:31 - 15:33

여행 거리 : 24km

여행 코스 : 해파랑길25코스 : 수산교 – 무릉교 – 덕산해변 – 망양휴게소 – 기성망양해변 – 기성버스터미널(23.2km)

여행 경비 : 72,000원

- 중식 : 20,000원(매화면 성림식당 정식)

- 석식 : 전진수가 울진 대어회초밥에서 사줌

- 숙박비 : 40,000원(기성 베니스모텔)

- 간식 : 12,000원

해파랑길25코스 크랭글 지도 모습, 거의 대부분이 바닷가로 이어진다.

두루누비로 기록된 해파랑길25코스 지도

두루누비로 기록된 해파랑길25코스 기록, 예정은 23km인데 실제는 26.6km가 넘었다.

수산교에서 차를 세우고 망양정으로 향하는 길, 자동차 전용도로와 건설되고 있는 전철이 보인다.

왕피천 건너편에 왕피천공원과 왕피천케이블카가 보인다. 케이블카는 이른 시간이라 멈춘 상태다.

길 옆으로 소나무 숲이 있고, 쌀쌀한 날씨에도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허공에 대롱대롱 걸려 있는 케이블카의 모습

망양정으로 올라가는 길가에는 다양한 시설물들이 눈길을 끈다. 시간이 부족하여 다 둘러보지 못했지만 추후 여유를 갖고 다시 방문하면 찬찬히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입구에 돌로 만들어진 다양한 모양의 장승이 설치되어 있다.

왕피천케이블카 승강장 옆에는 거대한 그네가 설치되어 있는데, 성수기에는 줄을 서야 타 볼 수 있을 듯 싶다.

공원 내부에 다양한 조형물과 휴게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찾는 이는 전혀 없다.

망양정으로 이어지는 길가에 관동팔경을 소개하는 조형물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관동팔경의 2경인 경포대를 소개하는 조형물.

드디어 망양정에 도착했다. 36년전 이곳에서 프로포즈를 했었는데, 유리공주는 지금 무슨 생각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남겼다. 참 긴 세월을 함께 한 고마운 친구다.

망양정에서 북쪽을 바라본 풍경, 왕피천 민물과 바다가 만나고 긴 해안으로 살아 숨쉬는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 온다.

멋진 소리를 내는 풍경을 지나며 망양정을 다시 바라 보았다. 앞으로도 많은 아름다운 사연을 간직하기를 기대해 본다.

예전에는 없었던 울진대종이 망양정 옆에 세워져 있다. 넓은 공간에서 해마다 해맞이 행사를 하는 듯하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든 전망대인데 올라가지 않아도 충분히 시야가 확보되므로 우리는 사진만 남기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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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은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듯, 관련 조형물과 글귀들을 많이 접했다. 내 닉네임인 별꽃바람도 어린왕자에서 따 온 만큼 친근하다. 별에서 꽃을 가꾸다 바람을 타고 지구로 왔던 어린왕자를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 별꽃바람이다. ^.^

망양정 화장실의 모습인데, 공원의 이름과 걸맞게 멋지게 지었다.

침식을 막기위해 설치한 테트라포트인데 파도가 심해서 벌써 상당수가 부식되었다.

여름에는 차들도 가득했를 길가의 주차장을 말없이 걸어가고 있는 유리공주

심각한 해안 침식을 보여주는 모습, 한 없이 테트라포트를 설치해서 막을 수는 없을 듯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니 바다 한 가운데 정자를 만들어 놓았다. 아무도 없는 덕분에 정자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며 잠시 쉬었다 출발했다.

정자에서 내려다 본 바다의 풍경. 파도는 세차게 갯바위를 때리고 있지만 바다는 늘 그대로다.

바람에 잎파리는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뿌리는 꿈쩍도 안 하는 것처럼 바다도 멀리는 변함이 없는데 해안에서만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하늘과 바다의 빛깔이 예술이다.

길가에는 도로 개설 중에도 살아남은(?) 바위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바위 틈새에서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들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도로 개설할 당시 사라질뻔한 바위인데 누군가의 배려(?)로 살아남은 촛대바위

우뚝선 촛대바위 끝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기성으로 이어지는 바다 끝에는 후포항 쪽 해안이 보인다.

바다는 여전히 갯바위를 어루만지고 있지만 바위 하나는 우뚝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안가에 수 많은 화장실을 보았지만 이렇게 이동식 간의화장실은 처음 본다. ^.^ 화장실 문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화장실이다.

해파랑길 중간 중간에 작은 항구들이 많다. 여기는 오산항인데 오가는 배도 없고 조용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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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노인분이 매일 아침 정자를 청소하는 모양이다. 대부분 정자에 먼지가 가득하여 늘 신발을 신고 올랐는데 이곳은 차마 신발을 벗지 않고 올라 갈 수 없다. 올려(?) 갈 때 신발을 벋으라는 문구에 귀여움이 묻어 있다. .^.^

여전히 바다와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길가에 양식 시설이 있어 들여다 보니 가자미가 가득하다.

길가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시간표. 거의 매시간 차가 다니는 것으로 붙어 있는데 이 날은 시내버스를 한 대도 못 본 것 같다.

동네마다 정자가 없는 곳이 없다.

대부분의 정자가 여행객 누구나 쉴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 처럼 출입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번 코스 중간에는 식당이 거의 없었는데 다행히 점심 무렵 도착한 곳에 식당이 도로 양 옆으로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특별한 것은 없는데 가자미식혜는 독특하다. 이 집의 주 특기인 듯 따로 가자미식혜를 판다는 문구도 있다. 민박 요금을 물어 보니 4만원이란다. 어제 묵었던 귀곡산장보다는 나을 듯. ^.^

점심 식사를 마치고 여전히 해안가를 따라 하염 없이 걸었다.

예전 울진에 살 때 직행버스를 타면 늘 들렀던 망향휴게소, 다름 휴게소들은 대부분 폐업 상태인데 여기는 멋진 풍광을 안고 있어 여전히 성업 중이다.

망향휴게소에서 내려다 본 바다,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망양황금대게공원. 대게 조형물을 빼고는 볼 것이 없는데 공원이라는 이름은 좀 안 어울리는 듯.

망양대게공원 주변 풍경

울진 오징어도로 풍경, 바다와 길 사이에 오징어를 말리 수 있게 구조물이 길게 설치되어 있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지 않는지 널려 있는 오징어는 거의 없다.

이 정자는 특이하게 사방으로 유리가 붙어 있다. 비바람이 불어도 쉬기 편하게 만들었다.

양쪽 해변을 조망할 수 있도록 도로 돌출된 곳에 만들어 놓은 정자

이 곳은 침식이 없는 곳이라 백사장도 넓고 바다도 완만하여 놀기 좋을 듯한데 해수욕장은 아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밤을 세워 낚시를 하는 분들이 가끔 눈에 띈다. 길가에 주차하고 접근성이 좋기는 한데 경험상 이런 곳에서는 거의 고기를 잡을 수 없다. 고기를 잡으려면 방파제나 갯바위를 찾아야 한다. 울진원전에 근무할 때는 늘 원자력발전소 내부 방파제에서 도다리, 문어, 감성돔, 곰장어, 우럭 등 많은 고기를 낚았고, 일반 바다에서는 놀래기 정도를 잡은 것 외에는 기억이 없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정자. ㅠㅠ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다 보니 참 인심도 다양한 것 같다. 어떤 분은 쉬었다 가라며 손길을 잡고 어떤 곳에서는 이런 팻말을 붙여 놓고. ㅠㅠ

기성으로 넘어가기 전에 만난 사동항인데 어업용 배보다 레저용 배들이 많이 보인다.

기성을 넘어가는 고개 마루 근처에서 만난 양봉장. 봄, 여름에 지날 경우에는 화장을 한 분들은 조심해야 할 듯 싶다.

이곳 농로를 따라 걸으면 기성버스터미널이 나온다. 추수한 벼와 그렇지 않은 벼가 시범을 보이 듯 길가를 수 놓고 있다.

기성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해파랑길 인증 스템프함의 모습.

여기에서 이날 여행을 마치고 친구의 차로 울진까지 이동하여 일식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