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에 대한 단상
오늘부터 시작된 KBS1 TV의 사이언스 21 연료전지 편을 보면서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에너지 문제는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세계를 선도하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단순히 감상적으로 환경보호를 외치거나 에너지 절약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동물과 차원이 다르게 진화해 왔다. 가장 약한 육체와 불완전한 자세(?)를 하고 있음에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만(?)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도구의 활용에 있다.
도구의 활용에서 괄목할만한 분야가 바로 에너지 부문이다. 동물 중 유일하게 인류는 불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목재는 인류가 사용해 온 가장 오래된 연료이다. 어렸을 때 추수가 끝나면 산에 가서 땔감을 장만하는 것이 일이었다. 심지어 중학교 다닐 무렵까지 학교에 솔방울을 가져가서 난방을 할 정도였으니까.
하여간 목재는 인류에게 가장 오래되고 친근한 연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목재는 열량에 비해 보관 및 이동 등에서 많은 제약이 있다. 그러던 중 석탄의 활용은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역사의 전환기를 마련해 주었다. 학교 난방을 할 경우 한 삽의 조개탄이면 몇 시간을 난방을 할 수 있었는데, 학생들이 가져간 솔방울로는 한 시간을 견디지 못했던 것처럼 석탄은 인류에게 비약적인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여간 석탄의 활용 이후 등장한 석유는 프랭클린이 인류의 멸망을 앞당길 엄청난 에너지원이라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비약적인 산업발전을 이끌었다. 인류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무차별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했고, 이미 60년대 말에 석유위기가 예언되었다. 사실 석유위기에서 예언된 것은 석유의 고갈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재앙은 온실효과를 통한 기상 환경의 재앙이다.
어쨌든 인류는 석유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을 도입하였다. 원자력은 원자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인류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깊게 심어 주었고 그 원죄(?)는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에 많은 제약이 되고 있다. 최근 핵폐기물센타 건립을 둘러싼 마찰에서 보이듯이 높은 기술적인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방사성물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마찰은 원자력산업의 한계점을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하여간 초기 원자력은 고도로 집적된 기술을 통해 대량의 전기를 염가로 공급하는 최선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TMI 원전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면서 공학적 안전설비의 대거 도입으로 원자력은 절대 우위의 경제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또한 서방원전과는 안전설비나 원자로의 방식이 전혀 다른 체르노빌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더 깊어졌고 그로 인한 제약은 더욱 심화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원자력 대신 석탄과 천연가스 에너지 사용에 더 많은 눈길을 돌렸고, 결과적으로 급격한 온실가스의 배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최근 세계기후협약의 체결이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고 있는데, 기상재앙은 지금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많은 환경론자들이 재생가능 에너지인 풍력, 수력, 태양력 등의 사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성에서 기존 에너지의 10배 이상 불리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노르웨이나 캐나다와 같은 수력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많은 대안이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값싸고 온실효과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는 원자력뿐이다.
현실적으로 환경측면에서 가장 최선의 조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게 에너지 사용의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측면에서 다른 대체에너지의 개발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숙제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이다. 수소는 지구에 물의 형태로 거의 무한정 분포하고 있는데 전기분해나 화학분해 또는 열분해 방법으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추출한 수소를 산소와 적절하게 결합하여 전기를 발생하고 물을 배출하는 것이 연료전지인데 미래의 에너지 혁명을 이끌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연료전지의 배출물은 순수한 물이므로 온실가스 배출 등의 환경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소를 추출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전기를 대량으로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소의 효율에 문제가 있었는데 연료전지에 수소를 사용할 경우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의 잉여 전력의 활용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은 현실적으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이 너무 낮다.
연료전지에 사용할 수소를 추출하는데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원자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환경론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론자들은 원자력을 배제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것이 그들의 한계이다. 물론 10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대체에너지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국가경쟁력 저하는 필연적이다.
환경론자들은 경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로인한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곳이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녹색당이 집권당이 된 이후 원자력발전소 폐기 정책을 펴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필요한 전기를 프랑스나 동구권 국가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고가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최근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했던 핀란드나 스위스가 다시 원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의 대안으로 원자력을 거론하는 등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여간 새로운 대체에너지가 개발될 때까지 원자력은 조금 더 에너지원으로써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핵융합발전인데 이 부분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가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는 분야이다. 핵융합발전은 기술적으로나 연구개발비 측면에서 한 국가가 모두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여러 나라에서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핵융합의 기본원리는 플라즈마 상태에서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것인데 플라즈마 상태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온실가스 배출억제가 세계적인 대세가 되고 있는 이즈음 국민들의 에너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에너지 절약이다. 국가적으로는 연료전지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부존에너지 확보전쟁과 아울러 새로운 대안에너지 개발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안에너지 개발의 선도국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인류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에너지는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며, 문명사회의 기본 동력원이기 때문이다. 피상적으로 환경보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원자력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안에너지로 원자력을 대체 ??? (0) | 2005.07.15 |
---|---|
원자력 에너지는 원자폭탄이 아니다 (0) | 2005.07.15 |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 등과 조화 이뤄야 최적의 대안 (0) | 2005.07.15 |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확률은 10의 마이너스 8승 (0) | 2005.07.15 |
두 얼굴을 가진 원자력, 적인가 친구인가 (0) | 200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