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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제1부 대체 에너지 개발, 어디까지 왔나
1. 에너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2. 인류의 생존과 원자력 ① 한국원자력에너지 개발의 어제와 오늘 ② 해외 원자력에너지의 현재 ③ 원자력의 빛과 그림자 ④ 원자력에너지는 원자폭탄이 아니다 ⑤ 화석에너지의 전망과 원자력의 미래
3. 방사성폐기물처리장 | 원자력 발전은 물을 끓여 증기로 바꾸고 그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것으로 기본 원리는 화력발전과 같다. 다만 화력 발전은 석유나 석탄을 태운 열로 증기를 만들지만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온 열로 증기를 만든다.
효율, 석탄 300배 그러나 폐기물 처리 비용 비경제적
원자력 발전이 차세대 전력원으로 자리 잡은 것은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우라늄 1그램이 분열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 석탄 약 3톤이 완전 연소될 때 생기는 에너지와 같다.
방사능에 대한 위험 때문에 안전장비를 많이 설치해야 해 건설비가 많이 들고 초기 투자비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약 40여년에 이르는 발전소 수명기간 동안 연료로 사용하는 우라늄이 석유나 천연가스에 비해 월등히 싸기 때문에 경제적인 발전방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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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진1호기 원자로용기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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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 발전의 원가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0.2%로 매우 낮아 석유처럼 연료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불안정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원자력 발전이 경제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발전원가라는 측면만 보면 원자력 발전이 화석연료로 발전하는 것 보다 경제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전력을 생산하고 남는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막대한 예산을 계산하면 원자력 발전이 결코 경제적인 발전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폐기물을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설이 대단히 복잡한데다 폐기물 관리기간이 수백년 이상 걸리고 관리기간 동안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합하면 원자력 발전 단가는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해체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더욱 떨어진다. 독일에서는 원전해체작업과 해체된 폐기물의 저장소 건설에 드는 비용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의 12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경제성 때문에 원자력 발전을 당장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이 다음세대 에너지원으로 주장하는 신·재생 에너지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원자력 발전이 담당하는 부분을 메우기 힘들다. 신·재생 에너지가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환경문제도 원자력 발전이 일으키는 문제보다 미미하다는 이유로 간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 적은 청정에너지 그러나, 플루토늄, 생명체에 치명적 영향
원자력 발전의 장점 중 하나가 석유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다는 점이다.
원자력발전은 연료채굴에서 폐기물처리까지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극히 낮으며,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배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원자력 발전 초기에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적인 청정연료라고 극찬해왔다.
방사성 물질 유출에 의한 피해 등을 감안할 때 친환경적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지금 현실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한 방법인 것은 사실이다.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가 실용화되기 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을 적게 배출한다고 해서 지구 온난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핵 물질을 농축하고 재처리 하는데 투입되는 에너지량을 고려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전에서 흘러나오는 온배수 때문에 주변 바다의 생태계 변화가 심각해진다는 사실이 있어 청정에너지라고 하기도 힘들다. 핵발전소에서는 생산되는 전기에너지의 두배가 넘는 열에너지가 폐수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전이 있는 울진과 영광, 월성 등의 인근 해역에서 어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고리원전은 1987년에 36~40종이던 어종이 1998년 4~26종으로 최고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영광에서 핵발전소를 가동한 후 김 양식이 불가능한 곳도 늘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원전 주변에서 기형가축 출산과 사산, 유산이 늘고 질병발생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운행과정에서의 미세한 기술적 결함에도 방사성 물질이 쉽게 외부로 유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종이 감소하고 질병발생이 증가한 직접적인 원인이 원자력 발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가 없다”며 “사상 최대의 원자력 발전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은 현재 유명한 관광지가 되지 않았나.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원자력 발전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사람들이 왜 그곳에 가겠는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학자들의 궤변”이라고 일축한다. 원자력이 주변 생태계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증거도 없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인 핵 분열 과정에서 플루토늄이 생성된다. 이 플루토늄이 몸속으로 들어갔을 경우 몸 안에서 강력한 알파선을 내뿜으며 암을 발생시킨다.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서 암 발병률이 높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원자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플루토늄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양이 필요하다”며 “플루토늄은 물에 녹지 않아 체내에 흡착되지 않고 바로 배설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체에 흡수된 플루토늄이 전량 배설되지 않는 경우를 무시할 수 없다. 보통 플루토늄은 소화기관에 들어가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지만 아주 적은 양이 소화기의 혈관을 통해 흡수, 몸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플루토늄이 호흡기를 통해 폐에 흡착됐을 경우는 플루토늄을 먹었을 때 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코를 통해 몸에 들어오는 플루토늄은 아주 미세한 입자들인데, 이 입자들이 폐에 흡착돼 폐 림프절로 들어가면 폐 손상이 누적돼 암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플루토늄을 먹거나 마신다고 해서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100만분의 1g에 해당하는 극미량으로도 암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원전 방사능, 자연방사능보다 낮아 그러나 자연방사능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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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 ⓒ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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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원자력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환경단체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은 방사능의 안전성에 대한 것이다.
학자들은 방사선이 이미 자연 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구가 생성될 때 방사성 물질이 많이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음식물이나 대지속에서, 심지어 배추에서도 방사능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TV나 전자렌지 같은 가전제품에서도 방사능이 나오는데, 자연에서 나오지 않는 이러한 방사능을 인공방사능이라 한다.
공항 등에서 쓰이는 보안검색장치, 암 치료 등에서 쓰이는 방사선치료, 엑스레이 등 인공방사능은 우리 주위에 넓게 퍼져있으며 이들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으므로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안전하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자연방사능과 인공방사능을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자연방사능은 오랜 시간동안 핵분열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그 위험도가 낮고 인류도 그 방사능에 오랜 시간 적응해왔기 때문에 면역이 생겨 안전하지만 인공방사능은 한 세대가 조금 넘는 시간동안 만들어졌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원자력 발전 시 발생하는 초우라늄은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보다 질량이 높아 몸 안에 흡수되면 배출이 어렵고, 신체조직에 밀착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 뿐 아니라 우라늄을 채광하고 정제해 발전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 위험 역시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3중 안전대책 마련 그러나 기술 대한 절대적 신뢰는 위험
이 같은 위험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는 3단계에 이르는 안전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우선은 발전소 기기의 품질과 설계를 안전하게 해 운전 중에 발생하는 힘이나 온도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한다.
만일 인위적인 과실이 발생했을 경우 과실이나 오동작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인터로크(Interlock) 시스템을 마련했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통과해야 하는 긴 통로에서 첫 번째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다음 문이 열리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계의 결함으로 고장이 날 경우에 대비해 페일 세이프(고장시 안전 작동)를 마련했다. 예를 들면 파이프가 파손된 상황에서 밸브가 닫히는 것이 발전소 안전성 측면을 고려해서 좋기 때문에 밸브가 자동적으로 닫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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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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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을 제외한 최대 재앙’이라고 정의하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는 우크라이나 전력발전부 수상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일은 일만년에 한번 일어날 정도”라고 호언장담한 지 두 달 만에 일어났다.
미국의 드리마일 원자력 발전소(TMI) 사고 역시 미국 에너지담당고위관리가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수만, 수십만분의 일”이라고 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이 같은 사고에 대해 원자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원전개발초기의 미숙함이나 사회주의 국가의 기술적 후진성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가 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핵규제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TMI 사고 후 10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원전사고가 3만3000건이 넘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중대사고로 분류되는 수백건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된다.
전력원 다양화 위해 원자력 필요 그러나 원전 세계적 감소추세
원자력 발전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원자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력원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화석연료 등을 조화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스위스가 최근 전력공급의 50%를 원자력으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세느강 유역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지은 프랑스에서는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을 수출하는 것,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세계 최대규모의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 등을 들어 원자력 발전의 당위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1970년대 이후 원전건설계획은 소수국가를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핵산업 부활을 시도하는 미국에서 1974년 이후 단 한건의 핵발전소도 발주되지 않았으며 핵기술개발에 일찍부터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던 선진국들이 핵산업을 포기하고 있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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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연료주기 ⓒ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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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 발전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발전 후 남는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핵 폐기물 처리장을 지을 때 드는 건설비 뿐 아니라 처리장 부지를 선정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1979년부터 20여년간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거듭했지만 실패를 거듭해왔다. 결국 원자력 발전을 포기한 후 30년간 신중한 절차를 거쳐 폐기물 처리장을 짓는다는 방침을 세운 후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폐쇄성을 든다.
원전은 통제가 심하고 정보공개 미흡하며 전문용어를 사용해 일반 주민들이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모든 정보를 독점하며 예산으로 대국민 홍보작업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주장하지만 원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들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사소한 실수”라고 애써 감추며 이론상 원자력 발전에 대한 안전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학자들조차 “안전에 대해서는 절대로 장담해서는 안된다”고 해명한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는 “원자력이 위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최대한 안전하게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려고 애쓰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은 접근방법부터 틀렸다”며 “기본적인 관리법조차 없이 운영한다”고 지적했다.
석 위원은 “원자력 발전부터 폐기물 처리까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원자력 발전을 하는 선진국은 30년 이상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우리 정부는 무조건 급하다는 주장만 앞세우며 밀어붙이려 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사회갈등만 증폭시킨다”고 강조했다.
[참고자료] 원자력, 어디로가나(월간환경 2005.2) 한국수력원자력 http://www.khnp.co.kr 한국원자력문화재단 http://www.knef.or.kr 핵발전의 허구성(진보평론 2002 여름) 핵폐기장과 에너지 정책- 각국의 경험과 교훈(녹색평론 2004.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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