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장거리 산행에 나섰다. 아주 오래전 젊은 나이에 펄펄 날며 걷던 멋진 능선, 그리고 백두대간을 하며 지났던 소백의 품으로 떠났다. 제2연화봉 대피소를 예약하고 준비를 했는데, 사정이 있어 취소하고 재차 예약을 하는 곡절을 겪었다. 코스는 죽령에서 제2연화봉 대피소까지 올라 하룻밤을 자고, 비로봉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거리가 총 23km로 짧은 거리는 아니다. 다만 죽령에서 오르는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기에 쉽게 길을 나섰다.
평일이라 그런지 연화봉대피소는 여전히 손님이 많지 않다. 국립공원에서 음주를 단속한다는 알림막이 온통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사장에 모인 사람들 중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 반주로 한두잔 정도는 애교로 봐 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팀은 공원직원에게 발각되어 가져 온 술 일부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이번 산행의 백미는 완벽한 일몰과 일출이다. 1984년 심불산 능선에서 맞이했던 일출 장면 이후 산에서 맞이하는 가장 멋진 장면이었다. 물론 바닷가에 살았으므로 매일 아침 일출을 보는 호사를 누렸지만 산 정상에서의 일출은 특별하다. 동물에서 진화한 인간이기에 빛이 없으면 삶을 영위할 수 없다. 태양은 그런 의미에서 신적인 존재로 인식되곤 했다. 나와 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깨닫지 못했기에 범인들은 자연현상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 또한 깨달음의 힌트가 아닐까 싶다.
저녁을 먹다가 십여분 일몰장면에 감동하고, 잠못이루는 대피소 밤을 보냈다. 아침을 대충 먹고 일출을 보기 위해 연화봉을 향했는데 출발이 늦었다. 막판에는 배낭을 천문대 식수대에 놓고 뛰어서 연화봉에 홀로 도착했다. 도착 1분도 안되어 일출이 시작됐다. 35년만에 가장 멋진 일출을 홀로 감상한다는 것이 못내 미안했지만 아내와 함께 하려고 했다면 결국 둘다 못 보았을 것이다.
일출을 구경하고 천천히 비로봉까지 갔다가 돌아와 귀경했다. 저녁에 근무가 있어서 서둘러 돌아왔다. 정말 기억에 남는 산행이다. 일출, 일몰을 구경하고 광활한 아고산지대의 풍경을 보고 싶은 분은 꼭 이 코스를 선택해 보기를 바란다. 거리는 좀 길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은 코스다.
언젠가 나 자신을 찾는다면 다시 이 코스를 걷고 싶다. 보이는 모든 것이 나와 같음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소백산에는 국립천문대가 있어 관련하여 태양계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죽령주차장에 명왕성이 있고 태양계의 행성 거리에 비례하도록 죽령에서 연화봉까지 중간 중간 설치해서 지루함이 없도록 했다.
아이들과 함께 산행하면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연화봉 대피소까지 4.6km인데 이번 산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오르막이다.
연화봉 대피소로 오르는 길은 천문대까지 가는 차량을 위해 시멘트포장이 되어 있다.
산행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한쪽편에는 매트를 깔아 놓았다.
연화봉대피소로 오르는 길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영주시내 방향 풍경이다.
위쪽으로는 연화봉대피소가 올려다 보인다.
우측으로 보이는 곳이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연화봉이다.
연화봉대피소 아래에 육중한 크기의 제2연화봉 표지석이 있다.
연화봉대피소로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서 돌아가야 한다.
제2연화봉 표지석에서 인증샷을 한장 남겼다.
연화봉대피소에서 본 소백산 주능선의 모습니다.
연화봉대피소 정상에는 야생화를 길러 탐방객들의 눈길을 끈다.
연화봉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전면에 보이는 곳이 연화봉이고 그 앞에 천문대가 있다.
연화봉대피소 옆에는 보이는 바와 같이 통신타워가 육중하게 설치되어 있다.
다음날 도착한 연화봉 정상에 있는 정상석의 모습이다.
연화봉에서 감격스러운 일출을 보고, 조금 가다 보면 제1연화봉이 나온다.
오르막길인데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예전의 황량했던 훼손부분은 거의 회복되었다.
제1연화봉은 자연 보호를 위해 통제해서 정상에 오를 수 없다.
제1연화봉 오르막길 중간에 설치된 데크에서 천문대와 대피소를 배경으로 인증삿을 남겼다.
이제 멀리 비로봉이 보인다.
유리공주가 먼저 길을 가고 있다.
아고산대 능선의 탁트인 시야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등산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데크를 설치해 놓아서 걷기도 편하다.
이번 산행에는 바위를 보기 힘든데 중간에 특이한 바위가 있어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중간 중간에 작은 오르막이 있자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철쭉축제기간은 지났자만 정상부에는 아직 철쭉이 많이 남아 있다.
다만소백산 철쭉은 색이 분홍색에 가까워서 강렬한 인상은 아니다.
드디어 도착한 소백산의 정상 비로봉이다.
비로봉 정산부분은 지난번에 왔을 때 많이 훼손되었었는데 복원작업을 해 놓아서 보기에 좋다.
정상에서 주변 경관을 촬영하시던 아마추어 사진작가에게 부탁해서 부부 인증사진을 찍었다.
국망봉으로 향하는 길인데 멋지다.
멀리 국망봉이 손에 잡힐 듯하지만 시간 관계상 유턴했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다.
저 아래에 주목보호 감시초소가 있다.
그 앞으로 샘터가 있는데 환경 보호를 위해 최근에는 출입금지가 되어 아쉽다.
백두대간을 할 때는 물이 떨어져 어렵게 찾아서 물을 보충했는데 물 맛이 참 좋은 샘이다.
능선에 철쭉과 주목이 자라고 있는데 엄청난 바람 때문에 키가 크지 않다.
멋진 철쭉과 주목을 둘러보다가 돌아오는 길을 재촉했다.
내려오다가 주목군락보호소를 중심으로 하는 깃을 다시 찍어 보았다.
이번 산행은 대부분 능선이라 나무가 없는데 이 소나무는 그 풍파를 이겨내고 버티고 있다.
많은 산꾼들이 소나무 아래에서 무거운 다리를 쉬고 간 흔적이 가득하다.
많은 사람들이 쉬었던 곳인데 쓰레기가 보이지 않아 더 마음이 푸근하다.
능선에는 철쭉외에도 다양한 산꽃들이 피어서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제 다시 연화봉과 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리는 멀지만 고도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산책하는 기분으로 23km를 걸었다.
천문대 옆에는 등산객들을 위해 식수대를 설치해 두었다.
수량도 풍부하고 맛도 매우 좋다.
하늘을 살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마음도 넓은 것 같다. ^.^천문대 옆에는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첨성대 형상을 한 구조물도 설치되어 있다.
다시 도착한 제2연화봉 정상 표지석의 모습이다.
도로 한켠에 설치된 매트를 따라 하산을 하니 콘크리트 길임에도 불구하고 관절에 문제가 없다.
이하는 연화봉대피소에서 조망한 일몰, 일출 사진을 모아서 올린다.
일출 일몰을 감상하고 싶은 분은 연화봉대피소를 이용하면 두가기를 한 곳에서 만킥할 수 있다.
저녁 일몰이 시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붉은 모습을 보이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갔다.
일출을 준비하는 동쪽하늘의 모습니다.
매일 떠오르는 해지만 가끔은 특별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보내는 것도 큰 추억이 될 수 있다.
대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자연의 일부임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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