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강아지 살리기

별꽃바람 2018. 6. 23. 17:04


올 겨울부터 시골집에 강아지 한마리가 찾아와 숙소(?)로 삼고 살았습니다. 부모님은 식용견은 몰라도 애완견을 키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따라서 시골집에 와 있지만 늘 대문 밖 처마 밑이 이 놈의 거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온갖 구박을 감내하며 긴 시간을 버텼습니다.


개의 품종에 문외한인지라 네이버 지식인에 문의를 하니 허배너스라고 하더군요. 쿠바가 원산지인 아주 귀한 품종입니다. 아내는 개를 집에서 키우는 것은 질색이고 저 역시 애완견에는 별 관심이 없어 갈때마다 쳐다만 보곤 했습니다. 어느날 아내와 함께 갔는데 하도 재롱을 피워서 아내가 간식을 조금 주었더니 정말 좋아하더군요. 저도 갈때마다 먹이를 조금 주곤 했는데 몇주일 후에 차를 몰고 가도 금방 알아보고 반기는게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동물에 정이 없는 성격이지만 이놈이 하도 재롱을 피워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아내도 동물은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이 놈에게는 정이 가는 모양입니다. 오죽하면 마당이 있으면 키워보고 싶다는 말도 하더군요. 이넘은 엄청 귀한 종으로 마당에서 키울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에게 출처를 여쭈어 보니 3년전까지 동네에 살던 노인의 아들이 아파트에서 키우다 사정이 있어 시골에 데려다 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노인은 개에게 애정이 없다보니 마당에서 키웠는데 동네를 돌아다니는 중에 이사를 가 버려서 졸지에 유기견이 된 것이라네요.ㅠㅠ 결국 이 넘은 이집 저집을 떠돌며 살아왔는데, 올해 우리 아버님집에 온 것이랍니다. 


먹이도 거의 주지 않고 집안에도 들이지 않는데도 문밖에서 자면서도 자기 집처럼 집을 지키며 살았다는 겁니다. 아버님이 노인정에 가시면 따라가서 혼자 마당에서 놀다가 돌아오실 때 따라오곤 했답니다. 먹이는 동네 건너편에 있는 엄청 큰 개의 사료를 얻어 먹었다는데 신기한 것은 그 큰 개는 엄청 사나운데도 먹이를 나누어 주었다는 점입니다. 참고로 그 개는 사나워서 엄청 굵은 쇠줄로 묶어서 키우고 있습니다. ^.^


그렇게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농사철이 되고 보니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이 허배너스가 장난 삼아 밭을 돌아다니고, 지렁이 등을 잡아 먹으려고 그랬는지 풀 나지 말라도 덮어 놓은 비닐을 찢는 만행(?)을 저질러서 미움을 산 것입니다. 아버지는 물론 동네 할아버지도 이놈을 안락사시킬 생각을 한 것입니다.ㅠㅠ 조만간 사망할 운명이라서 제가 며칠의 말미를 얻어 유기견센터에 입양 공고를 냈습니다.


저는 몰랐는데 이 견종이 매우 귀한 것인데다 이놈이 워낙 재롱과 총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잘 쓰지 않는 핸드폰 번호를 연락처로 입력한 탓에 많은 분들이 허탕만 치고, 적극적으로 제게 메일을 보내오신 분에게 최종적으로 입양을 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양주시에서 탕정까지 제가 직접 실어다 드렸네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참 제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죠.


중간에 우여곡절은 글이 길어지므로 이쯤하는게 좋겠네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랍니다.



신기한 듯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3년 넘게 천덕꾸러기로 살았는데도 총기가 있고, 애교가 넘치는 놈입니다.


매일 샴프를 해 주고 빗겨 주어야 한다는데 삼년 넘게 미용을 신경써 주지 않았으니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ㅠㅠ


입양을 앞두고 목줄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아는 지 모르는 지 꼬리를 흔들며 따라다닙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귀염을 받기 위해 드러누워 재롱을 떨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골 바닥을 굴렀지만 원래 애완견이었던 습성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온 몸에 진드기 물린 자국이 있고, 새 주인에게 넘겨 줄 때 처음으로 샴프를 해 주었는데 털이 온통 뭉쳐서 대책이 없더군요.

새 주인에게는 털을 모두 깎고 새로 기르시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했습니다. 온 몸에 붙은 진드기는 가급적 대부분 떼어 주려고 했는데 작은 놈들은 남은 상태로 인계가 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네요. 천방지축 들판을 뛰어다니며 사는게 좋은 건지, 아니면 아파트에 갖혀 사랑받으며 사는 것이 좋은지는 모르겠네요. 


하여간 건강하게 사랑 받으며 잘 살기를 기원해 봅니다.




오늘(26일) 아침 강아지를 입양했던 분이 사진과 안부를 전해 왔네요. 참 동물을 사랑하는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분인 것 같습니다. 입양된 녀석도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고요. 이름도 지었는데 애랑이라고 하는군요. 앞으로 더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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