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화창한 토요일 아침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북한산성 매표소에서 함께 산행을 할 일행들과 만났다. 처음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발 한발 올랐지만 이내 마주한 거대한 암벽 앞에 체면은 간데없고 네발로 엉금엉금 오르기를 한참 만에 의상봉에 도착했다. 탁 트인 시계를 만끽하며 바라보는 한강과 아파트의 물결들이 시원스럽다.
수차례 네발로 기어오르다 돌아본 북한산의 주산의 전경은 한 폭의 그림 그 자체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부끄럽게 드러낸 인수봉과 저 멀리 도봉산까지 환상의 절경이다. 사람들은 이 맛에 산에 오르나 보다. 조금 더 오르다 반주를 곁들인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등산로 주변의 아늑한 곳마다 펼쳐진 만찬장이 풍요를 더한다.
문수봉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여러 생각에 잠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자연과 벗하며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산사람들의 밝은 모습들이 행복해 보인다.
대남문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능선 길과 달리 포근하고 부드러운 산책로 같다. 한참을 내려오다 만난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계곡에서 발을 담가 피로를 풀어 본다. 아직 여름의 땀내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계곡물이 너무 차서 오래 담글 수가 없다.
요즘 비가 많이 와서인지는 몰라도 계곡에 물이 많다. 거칠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시원한 계곡의 음악을 연주하며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계곡 곳곳에 연인들과 가족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고 지나는 사람들은 절경에 탄성을 자아낸다.
돌보는 사람이 없어 일제시대 홍수에 무너져 사라졌다는 행궁터를 지나며 권력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제라도 행궁을 복원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으면 어떨까?
북한산은 이 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고,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주며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멋진 산이다. 특히 기암괴석의 바위와 힘찬 계곡의 물줄기는 작은 설악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잠시 여유를 내어 가을이 가기 전에 한번쯤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해 보고 싶은 산행 코스이다.
3호선 구파발역에서 북한산성행버스 승차 매표소에서 도로를 따라 오르다 우측 의상봉 방향으로 올라간다. 문수봉까지 올라야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내려오는 것은 산성을 따라 이어진 대남문, 보국문, 대동문 등 어느 갈림길에서 내려오든 같은 계곡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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